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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수 아이브 대표 “제조업 디지털전환, 불량품 검사부터 시작”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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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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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全과정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제공 목표

머신비전·인공지능 기반으로 불량품 잡아내

자체 딥러닝 기술력 바탕 글로벌 1위 하기도

인공지능(AI)은 가전·의료·커머스·IT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혁신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유독 제조업에서 아직 AI와 딥러닝이 발붙일 공간이 적다. 각종 규제 대응, 인건비 급증, 개도국의 도전 등 발등의 불끄기에도 급급한 탓이다.

아이브(대표 성민수)는 산업계의 난제 중 하나인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기업이다. 첫 단계는 불량품 검사다.

성민수 아이브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활용해 제조업체에 산업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회사의 소명”이라며 “산업자동화의 첫 단계로 불량품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브는 하드웨어(머신비전 검사장비)와 소프트웨어(딥러닝 알고리즘)를 모두 이용해 제조업체의 최종 결과물이 불량품인지 양품인지를 판별하는 솔루션을 만든다. 기존에는 공장에서 불량품 여부를 판별할 때 사람에 의존하거나 단순한 기계의 힘을 빌리는 단계가 대부분이었다. 검사인력이 육안으로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고, 제품의 무게나 크기를 측정하는 수준의 기계공정으로 불량품을 걸러내기도 했다. 검사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해 하드웨어까지 뒷받침하기가 어려웠다.

성 대표는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 여러 곳에 생산기지를 두기도 하는데, 인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 검사 수준이 일관되지 못했다”며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려면 머신비전이 필요하고, 기존 알고리즘으로는 안되니 인공지능이 해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이브의 솔루션은 고객사의 최종 결과물을 광학기술을 이용해 촬영, 결과물의 상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촬영 영상을 토대로 결과물이 불량인지 양품인지를 판별하는 데에는 AI가 동원된다. 정상데이터와 이상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이 양품 여부를 판단한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기업들은 룰베이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제조업 결과물의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데 주력해 왔다. 아이브는 룰베이스 알고리즘의 한계를 넘기 위해 딥러닝의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성 대표는 기존 룰베이스 알고리즘은 불량과 양품을 판별하는 함수를 사람이 다 설계해야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색상, 치수 등 제한적인 분야 뿐이라 지적했다.

“룰베이스 알고리즘은 사람이 규칙을 다 만들어 줄 수가 없습니다. 이물, 찍힘, 도금부 변색 등 계속 룰이 바뀌니까요. 우리는 딥러닝으로 스스로 알고리즘화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은 패턴을 인식하니까 다음에도 양품이 아닌 패턴을 찾아내 불량이라 인식합니다.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인공지능 신경망을 우리가 다 만들어줘야 하는데, 검사에 특화된 신경망 만들어 개발했습니다.”

성 대표는 제조업에 적용되는 AI는 정확도가 99.99%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제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율 싸움입니다. 논문에 나오는 ‘정확도 80%’ 같은 것은 상업화, 양산을 해야 하는 제조업에서 별 의미가 없어요.”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년을 공들인 끝에 아이브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지난해 머신비전 기술 분야의 선두업체인 MVTec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AI챌린지에서 산업분야 데이터셋 기준 비지도적 이상 탐지 항목에서 전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술이 곧 경쟁력인 사업인데, 아이브는 독특하게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없다.

성 대표는 “저희가 다루는 기술 분야가 여럿인데 워낙 이종(異種)이다. 광학 엔지니어링부터 기구 설계, 소프트웨어 설계까지 다양한데 이를 다 이해할 수 있는 CTO를 구할 수 없다”며 CTO 없는 테크 기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성 대표 역시 기술 기반 최고경영자(CEO)는 아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마쳤고, 액센츄어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 기업에서 이력을 쌓았다. 테크와의 접점은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머신러닝 기업 퀵소(Qeexo)를 창업했다는 점. 여기에 부친이 자동차 부품회사를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는 것도 아이브 창업에 영향을 줬다.

아이브는 현재 불량품 검사 과정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원재료 투입부터 가공, 조립 등 전 과정을 점검하는 스마트팩토리 종합 솔루션으로 나갈 계획이다.

성 대표는 “세계에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수요나 기술이 가장 절박한 곳이 한국, 그 다음이 독일이다. 양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모든 제조업 경영진이 비용 때문에 자동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1차 협력사로 연매출 6000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도 단순 검사인원만 1500명을 두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원청사나 주력 수출시장의 동향에 맞춰 외국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보니 외국에서도 인건비 고민은 비슷하다.

성 대표를 제조업의 이런 고민을 기회로 파고들고 있다. 아이브는 현재 고객사들과 2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 지난해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올해는 30여명인 직원을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 일부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 중 당사 솔루션을 써보고 만족하면 외국공장까지 추가 발주하겠다는 곳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자체 플랫폼으로 해외 진출을 한다면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독일을 최우선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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